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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라이프

아이패드에 계산기가 없는 이유, 스티브 잡스 때문?

 

 

 

 

전에 포스팅한 것처럼, 나는 요즘 독일에 아이패드 프로 4세대가 출시되자마자 질러서 하루하루 패드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기대 이상으로 할 게 많아서 24시간이 모자랄 정도. 하지만 아이패드를 오랜만에 써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한 가지 커다란 단점을 발견했으니 그건 바로 아이패드에는 '기본 계산기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폰에서도 맥북에서도 애플에서 기본 탑재해둔 계산기 앱/프로그램을 아주 쏠쏠하게 쓰고 있는지라 당연히 아이패드 프로 4세대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산기를 찾았지만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패드에 계산기가 없다고?

 

포토샵에 버금가는 그래픽 작업도 할 수 있고, 영상 편집도 거뜬히 할 수 있고, 웬만한 노트북보다 빠르다고, 이제 태블릿이 아니라 '컴퓨터'가 될거라며 입이 마르고 닳도록 광고하던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4세대에 고작... 계산기가 없다고? 버그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봐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답답하다는 말과 함께 계산기 어플을 추천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몇 가지 리뷰를 읽어봤지만 광고가 붙는 계산기 앱을 쓰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계산기를 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서 잠깐 아이패드 꿀팁!

복잡한 계산이 아니라 간단한 계산이라면 계산기앱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홈화면에서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서 검색창이 나오도록 한다. 여기서 원하는 숫자와 계산식을 넣으면 바로 계산이 되서 결과가 나온다. 곱하기는 *, 나누기는 / 표시로 할 수 있다. (아래 예시 화면 참조)

 

독일식으로 해둬서 숫자 사이에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로 나오는 점은 이해바랍니다. ^^;

 

 

자, 그렇다면 왜 대체 왜 아이패드에 계산기가 없는 건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기에 그 이야기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어느 날 트위터에서 자신을 애플 전직원이라고 밝힌 사람(Tangoshukudai)이 아이패드와 계산기에 대한 일화를 공유했다. 

 

"사실 이건 좀 재밌는 일화다. 처음 아이패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을 때는 아이패드에 계산기 앱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아이폰에 있던 계산기 앱을 아이패드로 옮겨서 아이패드 디스플레이에 맞춰 사이즈만 늘린 버전이었다. 아이패드를 가장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계산기는 그렇게 들어가 있었고, 정식 론칭을 준비하는 내내 애플 직원 모두가 아이패드용 계산기가 그렇게 출시될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대해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패드 1세대가 출시되기 한 달 전 쯤이었다. (대략 2010년 3월 초. 아이패드는 2010년 4월 3일에 최초 출시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콧 포스톨(당시 애플 iOS  총괄 담당 수석 부사장)을 사무실로 불러서는 이렇게 물었다.

 

스티브 잡스:
"스콧, 아이패드 계산기의 새 디자인은 어딨죠? 지금 디자인은 너무 끔찍한데."
(Where is the new design for the calculator? This looks awful.)


스콧 포스톨:
"새 디자인이라뇨? 이렇게 출시될 거에요."
(what new design? This is what we are shipping with.)

스티브 잡스:
"안돼요. 이렇게는 출시 못해요."
(no, pull it we can’t ship that.)

 

스콧은 어떻게든 이대로 출시하기 위해 스티브의 의견에 맞서 싸워봤지만, 사실은 새로운 계산기 앱의 디자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 말이 맞아서 더 이상 반박 불가일만큼 디자인이 구렸나 봄)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결국 계산기를 아이패드에서 아예 빼버리기로 결정했다. 

 

다른 중요한 이슈들이 많았고 계산기에 대한 우선 순위는 매우 낮았기 때문에 아무도 거기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업계에서 거의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 프로덕트의 계산기에 대해 관여한 것이 그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맥킨토시가 처음 개발되고 있던 무렵(1980년대 초반), 스티브 잡스가 맥킨토시에 실리게 될 계산기의 콘셉트에 대해 여러 번 비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랄한 비평(?) 끝에 나온 맥킨토시의 계산기 툴은 그 후 약 15년간 맥의 계산기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결국 더 완벽한 아이패드를 만들고자 했던 애플의(정확히는 스티브 잡스의) 꼼꼼함이 역으로 아이패드에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계산기 앱을 탑재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리고 출시 당시 상대적으로 낮았던 계산기의 중요도가 아직도 여전히 낮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이 애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우선순위 높은 일에 밀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소소한 이슈들이 어느 회사에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그런 우선순위 낮은 일들에 불편해한다. 하지만 또 이런 부분이 계산기 어플을 만드는 타개발사들에게는 하나의 유니크한 시장이 되어준 셈이기도 하다. 

 

 

 

 

 

 

 

당신이 스티브 잡스였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