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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리뷰

독일 유학 오면 몽블랑 볼펜 쓸 줄 알았지? 응 아니야

by moin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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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지낼 수록 아쉽고 그리운 '한국의 것'이 있다. 차라리 음식은 이제 구할 수 있는 것도 제법 많아졌고, 또 포기할 부분은 포기해가면서 타협을 했는데, 가장 애매한게 바로 '펜'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는 거지만, 한국에서는 '펜의 소중함'이라는 것은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펜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저렴한 걸 사도 최소 퀄리티는 충족시켜주는 물건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막 쓰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에 온 뒤로 나는 펜에 예민해졌다. 함부르크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특이하게 파란색 볼펜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관광 기념품샵에서 기념할만한 볼펜을 사거나 아니면 어디서 홍보 차원에서 만들어서 나눠주는 그런 볼펜들을 쓰면, 어김없이 다 파란색이다. 필기감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펜은 검정색이지!'라는 마인드로 블랙러버를 외치며 살아온 내게 파란색 볼펜들은 처치곤란한 녀석들이었다. 한국에 독일 필기구 하면 몽블랑 만년필이나 라미펜, 트로이카 등등 고오급 문구 브랜드가 알려져 있지만, 실상 독일의 일상에서 그런 고오급 필기구는 여기서도 비싸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특히 모나미라던가...) 싸고 질도 좋은 펜이 많은게 아니라서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심하다.

 

 

라미펜은 볼펜도 이쁘다! 이쁘긴 이쁜데 부담스러운 가격

 

 

 

한국에서 '소량' 챙겨온 펜들에 의지하며 살다가 그것들도 이제 바닥이 나서 결국 나는 아마존을 뒤지기 시작했다. 왜냐면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문구점에서 한국처럼 적당히 저렴하면서 (2천원~5천원대?) 필기감이 부드~러운 펜은 진짜 찾기 어렵다. 여긴 딱 두가지다. 싼데 질이 매우 안좋거나 질은 좋은데 너무 비싸다. 괜찮은 펜은 펜 하나에 만원을 그냥 넘긴다. 라미펜도 몽블랑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은 가성비 좋은 만년필 브랜드이지만 볼펜으로 사기엔 부담스럽다.

 

PENXACTA 이 녀석은 비추입니다 -

 

그나마 몇달 전 학교 문구점에 가서 고르고 골라 샀던 펜도 처음엔 부드럽게 나오나 싶더니 점점 펜촉 끝이 꺼끌거려서 매번 칠판에 손톱으로 소리 안나게 글쓰는 심정으로 조심조심히 썼다. 아무리 질이 별로라도 펜이 귀한지라 끝까지 닳아없어질 때까지 쓰다가...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새 펜을 살 시기가 되었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과 함께 아마존을 뒤졌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문여는 문구점이 없음)

 

테팔 냄비 뚜껑과 함께 도착한 내 새 펜들 :3 (feat. White box)

 

다행히 아마존에서 하이테크펜과 비슷한 느낌의 적당한 펜을 찾았다. 내 기준은 '저렴할 것, 펜촉이 얇을 것, 부드럽게 써질 것' 이 3가지였다.
가격은 12개에 9.9유로. 한화로 약 만 3천원. 나쁘지 않다! 1개에 천원꼴이다. 독일에서 이 정도면 아주아주 감사한 가격. 펜촉도 0.35mm로 내가 좋아하는 두께였다. 혹시 독일에서 나처럼 싸고 좋은 펜에 목마른 사람을 위해 링크 공유: amzn.to/39Wz8f0

 

 

0,35 mm Schwarzer Gel Kugelschreiber Extrafeiner Kugelschreiber für Büro Schule Bedarf (12 Stüc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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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본격적인 제품리뷰

 

 

아마존 상품 이미지에서는 케이스안에 12개가 가지런히 들어있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는 약간 저렴해보이는(?) 하얀 박스 안에 펜이 이 상태로 담겨서 도착했다. 포장에 크게 신경을 안쓰는 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크게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플라스틱보다는 종이가 낫기도 하고. 그래도 가장 중요한 펜 상태는 괜찮았다. 모두 깔끔. 배송도 빨랐고(2-3일? 정도 걸림. 독일은 이게 빠른거) 택배 기사님도 친절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택배기사가 택배를 직접 전달하지 않고 현관문 안쪽 계단 아래에 짐을 두고 가는데, 이 분은 직접 전달해 주셨다.

 

 

 

 

상품 페이지에서는 대충 봐서 일본펜인 줄 알았는데 중국 펜인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쌌구나...)
역시 가격이 저렴하면 중국산을 의심해봐야 하는 건가!
약간 주춤했지만 중국산이 모두 별로라는 편견을 버려보기로 한다.

 

 

 

 

영롱한 0.35. 
정말 그동안 너무 질 나쁜 펜만 써왔더니 이게 뭐라고 만삼천원짜리 펜세트에 마음이 설레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얼른 마음을 진정시키고 테스트를 해봤다.

 

 

 

 

요즘 또 애정하고 있는 로이텀 노트 페이지 구석에 작게 테스트를 했다.
당장 뭐 쓸건 없어서 테스트라고 적었다.
와... 이 부드러운 느낌. 미쳤다!!!!
펜과 종이의 거친 마찰 없이 부드럽게 써지는 이 느낌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ㅠㅠ

 

 

 

 

 

다행히 테스트는 완전히 합격이다! 이렇게 쟁여놨으니 앞으로는 펜때문에 조바심 날 일은 없겠지.
아이패드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플래너는 아날로그 감성이 좋아서 로이텀 노트에 불렛저널 방식으로 쓰는데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한 가지 아쉬운게 펜이었는데 그것도 해결되서 너무나 행복 :D
얼른 돈 더 벌어서 다음엔 라미펜 만년필도 써보고 싶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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