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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사장이 노숙자에게 빵을 나눠주면 불법? 독일이 노숙자에 대처하는 자세

moin 2020. 8. 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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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독일어학원으로 오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코로나 이후로 10-12명이던 한 반의 총인원이 총 5-6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대책이었다. 그래서 요즘 그룹 수업 비용으로 소그룹 규모의 고퀄리티 수업을 듣고 있다.
오늘도 선생님 1명과 나 포함 학생 3명이었다. 원래는 5명이 와야 하는데 2명은 자주 수업을 빠진다.
총 인원이 10명일 때야 한 두명 빠지는 빈자리가 크지 않았는데 5명 수업에서 2명은 엄청 크다.
하지만 덕분에 수업 시간에 얘기할 기회도 더 많고 질문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오늘은 Die Taffeln 이라는 주제의 텍스트를 공부했다. Die Taffeln이란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먹을 것과 필요한 가재도구를 나눠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이들의 컨셉은 매우 간단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먹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한 식자재가 남는 곳이 많이 있다. 그 식재료나 먹거리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이 단체가 하는 일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과 동시에 자원의 낭비도 막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들은 무보수로 일을 하고, 이렇게 먹을 것도 거의 무료로 구하게 되다보니 봉사 활동에 드는 비용도 다른 구호 단체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볼 수 있다.



주제가 주제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만약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이 그 날 마트에서 남은 식재료를 노숙자에게 나눠주면 불법이라고 했다. 그 식재료가 어차피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다가 ‘illegal(불법의)’이라는 말을 듣고 눈을 똥그랗게 뜨며 대화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리 버려질 식품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장 재산이니까 직원이 마음대로 나눠줘서 불법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unsplash.com (c) @jannerboy62







때마침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삼촌이 독일에서 빵집을 하고 계신데, 자기도 거기서 자주 일을 도와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그들은 자기네 빵집을 찾아오는 노숙자가 불쌍해서 매일 빵을 20-30개씩 무료로 준다고 했다. 그럼 그것도 불법이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그거 공식적으로(offiziel)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고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노숙자이니 불쌍한 마음에 베풀고자 주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한번 더 불법(illegal)이라는 단어를 썼다.
“네, ‘독일에서는’ 그렇게 하면 불법이에요.”



‘아니 삼촌이 빵집 사장인데 자기 빵 마음대로 주는 것도 불법이라고?’



이번에는 정말 놀라서 “진짜로요?” 하고 선생님에게 되물었다.
자기 가게 음식을 무료로 나눠줘도 불법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선생님이 설명해주시기를 독일에서는 모든 노숙자들이 노숙자로 인정을 받으면(?) 그들이 먹을 것, 입을 것, 기본 생필품 등을 구호단체에서 모두 100%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길을 오가며 몇 차례 본 적이 있었다.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건물 앞에는 넓은 잔디밭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모여있다. 그 건물 앞에서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도서관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자주 보았다. 그 곳이 바로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 생필품 등을 나눠주는 곳이라고 했다.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해서 개인이 추가로 더 도와주는게 왜 불법인거지? 한번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삼촌 이야기를 꺼낸 친구도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그래도 불쌍하잖아요.”라고 했다.
나도 그 친구 뒤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고 있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밥을 주는 식당 사장님은 착한 가게 사장님이라고 칭찬받는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죠. 누구나 다 그들을 가엽게 여기고 도와주고 싶어하죠. 하지만...”
요점은 ‘사람들(여기서는 노숙자)의 심리’와 ‘개인의 한계’였다.



첫째, 개인이 한 사람, 두 사람 정도의 노숙자를 도울 수는 있다. 그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노숙자가 그것을 비밀로 할 리 없고, 비밀이 될 수가 없다. 어떤 노숙자가 매일 빵 20개를 들고 나타나면, 당연히 혼자 다 먹을 수 없을 테니 나눠먹거나 아니면 소문이 날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노숙자가 찾아오고 또 다른 노숙자가 찾아오면서 그 수가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매일 빵을 주던 삼촌 빵집에 다른 노숙자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은가. ‘왜 얘는 주고 나는 안줘?’라고 떼를 쓰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다.


이 얘기를 듣자 예전에 필리핀으로 졸업여행을 갔던 때가 생각났다. 귀엽게 생긴 아이들이 조개 껍질 같은 것을 주워와서 1달러를 외쳐댔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한 언니가 지갑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죄다 그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럴까봐 가이드가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었는데 아이들의 큰 눈망울은 너무나 강렬했다. 지갑을 열었던 언니도 금수저로 태어난 처지는 아닌지라 몰려드는 아이들을 다 도울 순 없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마찬가지 논리였다. 친구의 삼촌 빵집에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숙자가 찾아올지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매일 빵 20개를 준다는 것이 한 번, 두 번 줄 때는 작아보이더라도 이미 그들처럼 매일 주기 시작하고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면 절대 적은 금액도 아닐 터. 또 한 가게가 그렇게 하면 노숙자들은 그곳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에도 그런 딜(?)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행여나 그 동네 사람들이 마음이 좋아 그런 가게가 하나 둘 늘어나다 보면, 분위기가 바뀌게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 노숙자들은 이미 사회 단체들로부터 집만 빼고 모든 걸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길에서 따뜻하게 자라고 두꺼운 이불 같은 것도 나눠준다) 거기서 더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이익’만 취하려하는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는 주로 알콜 중독이나 약 중독 등으로 노숙자가 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영향인 듯) 실제로 독일 노숙자들을 보다보면 왜 일을 안하고 저렇게 지낼까 싶을 정도로 사지도 멀쩡하고 심지어 말도 청산유수인 사람들이 가끔 있다.
나도 며칠 전에 길을 걷던 노숙자가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해서 거절하고 돌아서려는데 나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김정은 얘기를 유창하게 하기 시작했다. (ㅋㅋ) 뭐 내가 못알아 듣는게 대부분이라 대충 웃으며 듣는 척 하면서 1cm씩 멀어졌더니 조용히 가주셨지만.



아무튼 그러다보면 둘째, 자연스럽게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노숙자들을 도와주다가 그 가게에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했을 때 노숙자들은 애초에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그 손해를 배상해 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비공식적으로 노숙자들을 도와주다 생긴 일이라면 나라에서 책임져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돕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구호단체들이 너무 잘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섣부른 베풂이 그들에게 또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궁금해졌다.


“그럼 노숙자들을 지원해주는 그 돈은 다 어디서 오나요?”



선생님은 그 지원은 모두 기부금으로 진행되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보수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사람이 아무리 돈이 없고 가난해도 누구도 먹을 걸로 걱정하는 일은 없게 하는 그런 나라라고 꽤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신기했다.



“기부금이란 건 들쑥날쑥하지 않나요?(사실 나도 잘 모르지만) 그렇게 지원이 꾸준히 가능하다는 건 사람들이 정말 기부를 많이 한다는 뜻인가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어릴 때 부터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건가요?”



너무 신기해서 폭풍 질문을 쏟아내 버렸다. 답은 모두 “야(Ja), 야(Ja), 야(Ja) - 영어로는 Yes, Yes Yes -“ 였다.
이 곳에서는 기부를 하는 일이 굉장히 보편적인 일이고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이 인정이 있는(human)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물론 어디나 100% 완벽한 것은 없으니 예외도 있긴 하겠지만, 기부금으로 노숙자들이 최소한 먹거리, 생필품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게 가능한 사회라는 것이 굉장히 대단해 보였다.


“왜 그런 교육을 하게 된거죠?”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선생님은 끝까지 내 질문에 계속해서 답해주었다. (내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해주셔서 나도 쉽게 옮겨쓰자면) 독일은 역사적으로 두번이나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였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자신들의 땅을 4개로 나눠서 연합국 4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뺏긴 채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땅과 나라를 되찾기 위해 결심한 것이 바로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사회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줄 아는 인류애를 가진 사회로 다시 태어나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중 하나가 기부 문화 정착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있어서 개개인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단체 차원에서 총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것.




물론 이 이야기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100%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조금 애국심이 많이 들어가신 모습도 보였지만(귀여운 정도ㅎㅎ)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상당히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는 이야기였다.




삼촌 이야기를 한 친구는 끝까지 그 제도에 대해 납득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이 방법도 꽤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다소 매정해보일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베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식 단체로 등록을 하거나 아니면 그런 단체를 통해서 기부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독일.
개인의 무분별한 기부를 불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최소 생활 지원을 다 받는 상태에서 노숙자들이 원하는 것을 동정심을 이용해서 무분별하게 얻게 된다면, 그들은 일할 마음이 더더욱 들지 않을 것이고, 계속해서 노숙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숙자라고 해서 당연히 모두가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여기는 알콜 중독, 마약 중독 등으로 노숙자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다. 선생님은 그런 사람들은 ‘많이 아파서 그런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소한 굶고 사는 일은 없도록 최소 생계 유지는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그 이상을 원하다면 스스로 일을 하라고 말하는 독일 사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그래도 그렇지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 하는 건데 불법까지 가는 건 너무한 걸까?
아니면 그들의 최소 생활은 보장해주되 더 얻고 싶다면 스스로 일을 하게 만들기 위한 독일의 방식이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더 행복한 일일까?







추신. 길거리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은 많고 기부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건 불법이 아니다. 왜냐면 이 경우는 노숙자가 그 개인을 찾아가는 상황이 아니라 반대 상황이기 때문. 길거리에 나와 앉아있는 것도 나름 그들의 노동이라고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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