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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라이프/독일라이프

유학생을 위한 자취 요리 - 파볶음밥

**이 포스팅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계란 후라이와 라면 뿐인 요리 왕왕왕초보를 위한 포스팅입니다 :)**



종종 해외 유학 생활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분들의 상담을 해줄 때가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부분은 바로 ‘음식’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야기야 들어줄 수 있지만 음식은 내가 만들어줄 수도 없는 부분이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동병상련의 기분이었다. 나보다 어려도 요리 실력이 수준급인 친구들도 있지만, 예전의 내가 그랬듯 대충 외식으로 떼우거나 라면 등의 인스턴트 식품으로만 끼니를 떼우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은 배달음식이라도 많지만 외국에서는 배달 음식이 한국만큼 다채롭지도 않고, 사실 배달 음식도 결국 외식인지라 썩 몸에 좋다고는 볼 수 없다. 다 먹을 수 있는 걸로 만들고 돈받고 파는 건데 뭐 얼마나 나쁘겠어?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런 식습관이 쌓이면 결국 남는 건 내 몸이 얻는 질병들 뿐이다. 외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음식이라고 볼 수 없는게 사실이고, 특히 유학생 또는 해외 취업을 해서 사는 한국인들은 평생 한국 음식만 먹다가 갑자기 현지 음식을 위주로 먹으려면 몸이 거부반응이 올 수도 있고, 그러다 면역력을 크게 잃기도 한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국내 및 해외에서 자취를 해왔지만,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한건 2-3년 밖에 되지 않았다. 나에게 요리는 항상 펼치기 싫은 어려운 수학문제집 같은 기분이었다. 심지어 일본에서 살았을 때에도, 미국에서 살았을 때에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하면서도 직접 한국 음식을 요리해서 먹는 건 늘 조금 시도하다 포기하기 일쑤였고, 늘 현지 음식에 물릴 때면 3분짜장이나 짜파게티, 라면으로 속을 달래고는 했었다. 하지만 점점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외식에 질리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 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나 혼자 먹을 것 정도는 뚝딱뚝딱 만들수는 있게 되었다.


내가 요리에 관한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정말 몰랐는데 (...) 과거의 나와 같은 두려움(?)과 괜한 어려움에 요리를 해먹는 걸 포기하고 유학 생활을 가끔 가다 먹는 라면으로 속을 달래는 사람들이 또 있는 것 같아서 그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특히 해외 생활 몇 년 정도 대충 먹어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한 번 건강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의 요리 포스팅은 다른 요리 전문 블로거들이 올리는 포스팅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예쁜 재료 사진을 찍을 여유도 과정을 하나하나 담을 여유도 없는 먹고 살아남기 바쁜 자취생+유학생의 생존형 레시피, 그리고 이런 나도 할 수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보고 싶다.



내가 가장 자주 해먹는 것은 ‘볶음밥’이다.
하는 방법은 똑같지만 넣는 재료에 따라서 맛도 달라지고, 간단하고 설거지 그릇도 많이 나오지 않아 간편하다. 나는 독일에 온 뒤로 식단의 99%를 채식으로 바꿔서 먹고 있기 때문에 내 레시피는 채식 위주가 되겠지만, 만약 본인이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그 레시피에 그냥 고기를 추가하면 된다. (채식과 육식의 차이는 이렇게 간단하다!)






평소에 녹색 채소를 많이 안먹는 편이라 오늘 볶음밥에는 초록초록한 재료들을 많이 넣었다.


• 기본 재료: 식용유, 밥, 소금
• 메인 재료: 시금치, 애호박, 그린빈, 파, 버섯 - 사실 정말 본인이 넣고 싶은 건 아무거나 다 넣으면 된다.
• 추가: 호박씨, 깨소금, 김(따로 싸먹음), 케찹(반은 김에 싸먹고 반은 케찹에 비벼먹음...냠냠냠)



재료 손질이 어렵고 귀찮을 수도 있고 또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팁을 주자면 냉동 야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냉동 피자는 몸에 안좋을 수 있지만 야채만 얼린 냉동 야채는 몸에 나쁠 것도 없고 굉장히 편리하다.



• 재료의 양

• 전반적인 양은 조금 부족할 것 처럼 넣어야 적당하게 된다. 모자란 거 아니야? 하면서 더 추가하다보면 2인분이 된다. 아, 물론 2인분을 해서 다 먹거나 남겼다가 다음 끼니에 데워먹어도 좋다. 작은 야채는 절반, 좀 큰 야채는 1/3 정도를 넣으면 적당하다.



• 재료 손질

• 시금치: 냉동으로 이미 다져진 제품을 사서 그냥 후라이팬에 바로 넣음
• 그린빈: 시금치와 동일
• 애호박: 깨끗이 씻어서 대충 썰어서 넣음, 양은 반주먹 정도. 모양은 상관 없으나 빠른 건 반달 모양 썰기
• 버섯: 버섯은 물에 씻지 않는다. 대충 한입 크기로 숭숭 잘라서 넣음.
• 파: 물에 씻어서 또 대충 잘라서 넣음 (무조건 잘게 썰 필요도 없음), 뿌리만 빼고 다 넣음


• 요리 순서

1. 불은 중강불 정도로 맞추고 식용유를 두른다.
2. 후라이팬에 열이 약간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긴 한데 (손을 쫙 펴서 후라이팬에 가까이 대면 열이 약간 느껴짐, 물론 아무리 요리 초보라도 화상 입을 정도로 가까이 대시는 분은 없겠지...) 사실 난 귀찮아서 그냥 때려넣기 시작한다.
3. 냉동 재료를 먼저 넣는다. (따로 해동 안하고 냉동실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넣음)
4. 좀 녹은 것 같으면 나머지 재료 (애호박, 버섯, 파, 호박씨)를 넣는다. 파처럼 얇은 재료는 맨 마지막에 넣으면 좋다고는 하는데 역시 나는 그냥 다 때려넣는다. 파가 덜 익으면 맵더라.
5. 소금을 뿌린다. (소금의 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리저리 넣어보며 본인의 양을 찾아가자. 처음엔 티스푼 1스푼 미만으로 좀 적다 싶을 정도로 넣고 싱거우면 요리가 다 끝나고 넣어도 되니 간에 부담갖지 말자.)
6. 밥을 넣고 밥 위에 또 소금을 좀 더 뿌린다. (나는 소금을 좀 많이 넣는 편이긴 해서, 짜게 안먹는 사람들은 여기서 소금은 생략해도 됨)
7. 다 되 갈 때 쯤 호박씨를 넣는다.
8. 요리가 언제 다되는건지 잘 모르겠다면 타기 시작할 때까지 익히자. (덜 익는 것보다 푹 익는게 맛있다.) 그렇다고 태우진 말고!
9. 마지막에 깨소금을 뿌린다.
10. 김을 좋아한다면 김에 싸먹는다. (조미김에 싸먹어도 맛있고, 일반 김에 싸먹어도 맛있다.)
11. 간 맞추기에 실패했다면 소금을 더 넣어 섞어주거나 아니면 케찹 또는 참기름 또는 들기름을 넣어서 비벼준다. (들기름 넣어 먹으면 진짜 고소함)






정말 여전히 칼질도 제대로 못하고 요리의 ‘요’도 모른 채 인스턴트 음식으로 20년 넘게 자취생활을 해온 나도 하는 수준이니 부담감 내려놓고 자기 몸을 위해서 꼭꼭 요알못 유학생들은 이 레시피를 따라 한달에 한끼라도 스스로 자기 몸을 위해 요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아직 20대인 경우 뭘 먹어도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느낄 수 있는데 외롭고 힘든 해외 생활로 우울감이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먹는지가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꼭 명심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