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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라이프/독일라이프

독일 공중 화장실 이용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by moin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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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호숫가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갔다. 코로나 락다운이 좀 풀린 뒤로 처음이었다. 1층 통유리 너머와 2층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쁜 곳이다. 건물 안의 천정 인테리어도 매력이 넘치는 곳. 위치도 중심가인데다 예뻐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오래 앉아서 공부하려면 역시 스타벅스지 ~ 만족했지만 화장실에 가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 스타벅스는 화장실에 갈 때 돈을 받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받는 분이 계셨다. 내 앞에 아이를 안고 먼저 내려간 아이 아빠는 당연한 듯 접시 위에 돈을 올려놓고 들어갔다. 반면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오랜만이라 깜빡해버렸다. 미안하다고, 깜빡했다고 하자 들어가라며 제스쳐를 취하지만, 표정은 별로 좋지 않다. 나는 뻘쭘해하며 화장실을 다녀왔고, 두번째에 갈 때는 50센트를 손에 꼭 쥐고 내려갔다. ‘당케슌~’ 아까보다 한층 더 올라간 톤의 목소리와 함께 처음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화장실에 다녀와 손을 씻고 나오자 손에 들고 있던 핸드 타월을 한 장 뜯어서 주셨다. 가방에 챙겨왔던 손수건이 있었기에 사양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이런 상황이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서 오늘은 독일 공중 화장실 이용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보려고 한다.


아마 유럽에 한 번쯤 여행하면서 화장실 갈 때 돈을 내야해서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겪게 되는 일이면서도 워낙 다른 공중 화장실 이용 문화다 보니 낯선 상황도 많이 겪게 되고 불편할 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게 또 한결같지가 않고 여기저기 다르다. 함부르크에서 지내는 동안 겪었던 공중 화장실 개인적인 경험(?)과 약간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1. 화장실 이용 비용은?


일반 공중 화장실(보통 접시같은 것이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음)에 들어갈 때는 50유로 정도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더 내는 건 상관없다. 1유로를 받는 곳도 종종 있다. 넉넉하게 항상 1유로는 가지고 가자.

 

2. 아예 전부 유료인가?


놉. 일단 공항 화장실은 무료이니 마음껏 써도 된다. 그리고 종종 돈 받는 사람이 없는 카페나 식당도 있다. 장소마다 다르다. 그렇다고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지 안받는지 일일히 확인하며 오가는 건 귀찮고 일단 화장실을 갈때 1유로를 들고 가고, 내야하면 내고 아니면 들고 오면 된다. 식당은 대부분 받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카페는 정말 케바케이다. 심지어 술집과 클럽도 종종 받는 곳이 있음, 여기도 케바케.
그리고 종종 아예 길거리에 있는 무료 공중 화장실도 있는데, 이런 곳은 차라리 돈내고 카페 화장실 가겠다 싶을 정도로 더러운 경우가 많다.

 

3. 가게에서 음료나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샀는데도 돈을 내야하나?

대부분 그렇다. 이 부분이 나도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샀어도 화장실 이용은 별도이다(!) 아니면 복합쇼핑몰처럼 큰 건물 안에 여러 가게가 들어선 곳에 있는 화장실도 건물 안에 있는 상점을 이용했어도, 영수증을 내밀어도, 화장실을 갈 때는 돈을 내야한다. (이런 복합쇼핑몰은 거의 100%) 이런 곳에는 우리나라 지하철 개찰구처럼 된 기계가 입구에 있고 사람이 지키고 있기도 하다. 기차역, 지하철역 화장실도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곳은 더 비싸다. 무려 2배, 1유로! ㅎㅎ

 

4. 돈을 안내면 무조건 못들어가나?


이건 앞에 서있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꽤 엄격하게 지키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깐깐한 곳은 들어갈 때부터 받고 안내면 안들여보내주는데 이런 곳은 드물고, 보통은 들어갈 때 내도 되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 내도 된다. 후자가 더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5. 앞에 서있는 사람이 불친절하면?


상황이 케바케이기 때문에 50센트 하나에 좀 기분나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인정으로는 다른 것도 아니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고 할 뿐인데 50센트가 없다고 입장을 거부 당하거나, 아니면 돈을 안받고 들여보내줬어도 뚱한 표정으로 째려본다거나 하면 기분이 썩 좋진 않다. 하지만 반대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자. 저 분들은 하루종일 화장실 앞에 앉아있고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이다. 독일 사람들이 이미지와는 달리 공중 화장실을 그렇게 깨끗하게만은(?) 쓰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너무너무 더러운 화장실을 쓸 수도 있었던 것을 이 일을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깨끗한 화장실을 쓴다고 생각하자.

 

6. 돈내고 썼는데도 화장실이 더러우면?


그러면 돈을 적게 주거나 아예 안줘도 된다. 왜냐면 그 사람이 할 일을 안한 거니까. 이 부분은 당당해져도 될 듯!

 

7. 여자 화장실인데 남자가? 남자 화장실인데 여자가?


여자 화장실에 남자 관리인이 들어와서 청소를 하거나 반대로 남자 화장실에 여자 관리인이 들어와서 청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 신경쓰지 말고 그냥 볼 일 보면 된다.

 

8. 그 외에 독일 공중 화장실이 한국 공중 화장실과 다른 점은?


독일 사람들도 반대로 한국 공중 화장실에 가면 어색해 한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화장실의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독일 화장실은 꽤 ‘프라이빗’하다. 여러 칸이 있다면 칸과 칸 사이에 통하는 빈 공간이 전혀 없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처럼 벽 아래로 휴지를 주고 받거나 할 그런 공간도 없고, 변기를 밟고 올라서서 넘겨다볼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뭔가 바닥이 뻥 뚫려 있으면 굉장히 어색하다고. 하지만 내가 지내는 함부르크는 우리나라처럼 위아래는 뚫린 화장실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도 쓰면서 가장 마음이 편한 건 아예 한 칸에 세면대랑 다 들어와있는 완전히 차단된 1인용 화장실이 제일 좋다. (특히 생리컵을 씻어야 할 때!)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적응이 안되고 여전히 깜짝깜짝 놀라는 건, 화장실 '노크'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는 일단 문을 벌컥 벌컥 열고 본다. 처음엔 많이 놀랐다. (여전히 가끔씩 놀라지만) 밖에서 잠금 표시가 되어있는 화장실이 아닐 경우 사람들이 노크 없이 문을 열려고 시도할 때가 있는데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된다. 잠겼는데 계속 열려고 하는 미친 사람은 없다. 혼자 생각해 본건데 노크를 하면 대답으로 안에서도 노크를 해야하는데 그걸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짐작만 해본다. 아니면 그게 굉장히 어색하다거나. 반대로 독일 사람이 한국에서 화장실을 쓸 때 노크나 '사람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깜짝 깜짝 놀랄 것 같다.

 

9. 이게 현지인들에겐 완전 당연한 건지?


이건 내 생각이지만, 당연시 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돈 내기 싫으면 안가거나 하는 듯. 돈 받는 사람 없는 카페는 카페 문에 비밀번호를 걸어두기도 한다. 왜냐면, 카페 이용도 안하면서 화장실만 쓰고 나가는 사람도 많아서이다.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하다. ‘저희 화장실은 무료 공중 화장실이 아니라, 카페 이용 고객을 위한 화장실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말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독일 화장실 페이 문화, 이럴 때는 우리나라가 그립다. 최소한 지하철역 화장실이라도 무료로 해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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