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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식축구 리그 준결승전 보러 다녀온 후기

moin 2022. 9. 1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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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식 축구를 독일에 와서 꽤 자주 보고 있다. 친구 중 한 명이 미식축구를 좋아해서 가끔씩 경기를 보러 가자고 해서 따라가고는 했다. 지금까지는 작은 규모의 경기만 보러 다녔는데 이번에는 유럽 미식축구 전체 리그 (European league of Football)의 준결승전이라고 해서 좀 더 기대가 됐다.

 

 

2022 유러피안 리그 오브 풋볼 준결승 모습

 

독일에서 미식축구?

 

당연히 독일에서는 축구가 제일 인기가 많지만, 미식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유럽 리그에서도 독일팀이 제일 많다고 한다. (거의 절반 이상?) 개인적으로는 축구보다 좋은 게 축구는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티켓팅도 치열한데 미식 축구는 뭔가 여유있게 티켓팅 해서 눈누난나 다녀오는 느낌이라 좋다. 올해 유러피안 리그 오브 풋볼에서는 독일의 Hamburg Sea Devils팀과 오스트리아의 Raiders Tirol 팀의 준결승이 열렸다. 

 

미식축구룰 간단하게만 알고가도 재밌다!

 

처음에는 미식축구 룰도 모르고 그냥 친구들 얼굴 보러간다 생각하고 다녀왔었다. 그런데 이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서, 아 이쯤 되면 룰을 좀 알아야 되지 않겠나 싶은 거다. 왜냐면 아무래도 경기를 보러 왔기 때문에 경기를 모르면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규칙을 깊이 있게 알만큼 관심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 설명.

 

미식축구는 일반 축구처럼 공을 뺏는 것이 아니라 공수권이 있다. 한 팀이 공격하면 다른 팀은 방어를 하는 식이다. 공격팀을 못알아보겠으면 누가 공을 손에 쥐고 있는 지 보면 된다. 

즉, 공격권을 가진 팀은 반대쪽 골대를 향해 제한된 횟수 내에 최대한 많이 '전진'해야 하고, 방어하는 팀은 블로킹을 해서 전진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그래서 자꾸 시작했다가 금방 멈추고, 달리다가 구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 것!

그래서 경기장 바닥에 하얀 선이 많이 그어져 있는 것이다. (얼만큼 전진했는지 체크하기 쉽도록!)

 룰을 몰랐을 때는 축구와 달리 템포가 빨리 끊어져서 재미가 없었는데 룰을 알고 나니 이 블로킹을 뚫고 전진할 때의 쾌감이 장난아니다.

 

우리가 흔히 '터치다운'이라고 하는 말이 미식축구 용어인데 1) 공을 들고 달려가서 가장 마지막 존인 엔드존(End Zone)에 들어가거나 2) 엔드존 안에서 쿼터백의 패스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터치다운을 하거나 골대 너머로 공을 던지면 득점. 

 

 

 

 

 

티켓가격 및 경기장 분위기

 

티켓 가격은 25유로였다. 한화로 3만-3만 5천원 정도. 대신 좌석은 대부분 스탠딩석이었다. 일부 의자가 있는 자리도 있지만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모두 자유롭게 서서 보는 경기장이었다. (이건 경기장 마다 다를 수 있다.) 입장할 때 티켓 검사와 함께 가방 검사를 한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마실 거리나 먹거리를 챙겨오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개인 물병과 하리보 젤리, 프레첼 스낵을 가지고 당당하게 통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장 푸드 트럭에서 파는 맥주와 간식 거리를 사 먹는다. 주로 커리부어스트(소시지), 감자튀김 등이 있고, 맥주는 뭐 물처럼 마시는 듯. (사실 이 사람들 그냥 맥주 마시러 오는게 아닌가 싶다. 약간 우리가 당구장에서 짜장멱 먹으면 맛있는 것 처럼?) 

 

경기장 분위기는 아주 자유롭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등 다른 스포츠 경기 관람과 비슷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하게 구경을 하러 오는데, 그래도 그 중에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여기서 보기 전까진 미식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고, 한국도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나 되어야 사람들이 보러다니지 미식축구는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덜한 종목이긴 하다. (중국이나 일본은 모르겠지만)

 

 

 

 

재밌는 건 경기장을 보면 작고 검은 대포를 끌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 사람은 감자칩 대포를 발사하는 사람이다. 대포 안에 감자칩 과자 봉지를 넣어서 관중석으로 뻥뻥 발사하는데 재밌다. 

 

경기장은 경기가 진행되는 그 순간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매우 시끄럽다. 특히, 상대팀이 공격할 때 더 시끄럽게 한다고 한다. 일부러 크게 해서 상대팀 선수들이 작전짜는 걸 방해하는 거라고. 이 날은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홈경기라 원정팀은 진짜 시끄러웠다. 비매너 하면 바로 야유도 받는다. (손가락 내리고 우~우~ㅋㅋ) 축구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인 스포츠인만큼 시작한지 5분도 안되서 부상자가 나왔다. 그렇다고 매 5분마다 부상자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너무 거칠어서 정말 순간순간 쫄깃쫄깃한 맛이 있다. 한템포 쉴 때마다 신나는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줘서 몇몇은 둠칫둠칫 리듬 타며 춤도 추고, 유명한 노래는 다같이 따라부른다. 디제이가 일부러 사람들이 떼창하는 부분에서 노래 볼륨을 줄여서 떼창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추천하나요?

 

맨날 밥먹으러 다니고 커피 마시러 다니고 이런 게 질렸다면 가볼만 하다. 가서 막 소리도 지르고, 야유도 하고, 맥주 마시고, 스트레스 풀고 싶다 할 때 괜찮은 듯! 종종 축구는 정말 흥분하는 팬들도 있어서 지하철에서도 엄-청- 시끄럽거나 하는데 나는 그런건 싫어해서 독일 미식축구팬들은 얌전한 편이라 좋았다. 그래서 막 경기 보러 갔다해서 스포츠에 미친 사람들의 횡포에 휩쓸릴까 걱정되거나 이런 건 없었다. 독일이 미식축구의 나라까지는 아니지만 실제 뛰는 선수들을 보면 와우... 멋있다 진짜. 그리고 확실히 작은 경기만 보다가 큰 경기를 보니까 레벨이 다르더라. 확실히 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작은 경기는 조금 전진하다 잡히고, 조금 전진하다 잡히고, 이게 너무 반복되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유럽 준결승이라 그런지 키플레이어 선수가 진짜 요리조리 블로킹 다 피하면서 필드 내달릴 때 같이 엔도르핀 마구 돌아버리는 느낌! 확실히 미식축구는 우리나라에서는 친숙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이게 또 이런 데 와서 보는 게 기회고 경험 아니겠나, 나는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펜스 사이로 손내밀고 선수들 하나하나 다 하이파이브 해주는 관례 같은 게 있다. 진짜 가까이서 보는 것도 신기하고, 하이파이브 재미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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