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는 시험 등록할 때, 시험을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소소한 팁들을 공유했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이 포스팅에서 공유할 팁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알면 무조건 패스한다는 그런 지름길 같은 것은 아니지만, 모르고 보면 정말 손해인 그런 소소한 팁들이 있다. 나의 경우 실제로 이 팁들 중 많은 부분을 모른 채 2번의 TestDaF 시험을 봤었고, 이걸 알았더라면 더 잘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아래에 내가 소개할 내용들은 잘 살펴보면 TestDaF 홈페이지에도 나와있거나 또 TestDaF 전용 시험 교재에도 설명이 되어있기는 한데, 나처럼 B1을 막 끝내고 B2를 독학으로 공부했고, 또 시간이 별로 없어서 타이트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모두 숙지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사실 시험 유형만 해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야 했으니. 그래서 놓친 부분들도 많았는데 그 놓친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아마 어학원에서 TestDaF 준비반을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내용을 학원에서 가르쳐줄 것 같다. 하지만 B2, C1수업반이지만 시험 준비반이 아니라거나 아예 독학이라면...? 알기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이 내용들도 꼭 블로그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면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혹시 잊어버리고 뒤늦게 기억나는 부분들이 생긴다면 후에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다.
시험이 시작 된 후
(1) 시험장마다 시험 시작 시간이 다를 수 있다
가장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시험장마다 시험 시간이 조금씩 달랐다는 것이다. 모든 시험장의 시작 시간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최근 본 시험 중 하나는 아침 7시까지 시험장에 도착해야했고(시험 8시쯤 시작), 또 다른 시험은 9시까지 도착해야 했다(시험 10시 시작). 그러니 매 시험마다 미리 수험증을 통해서 시험 시작 시간과 시험장 도착 시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주소만 적어놓고, 지난 시험은 9시까지 였으니까 9시까지 가야지 했다간 시험을 못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 쉬는 시간이 시험장마다 다를 수 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다. 보통 4가지 시험(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사이사이에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정도의 짧은 쉬는 시간이 들어가 있고 가지고 온 간식이나 도시락을 먹는 것은 듣기와 쓰기 시험 사이의 쉬는 시간에 가능하다. (이때는 20분 정도 주어진다.)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짧은 쉬는 시간’이다. 첫 시험장에서는 읽기 시험과 듣기 시험 사이에 쉬는 시간이 아예 없었다. 그런데 하필 시험 전 화장실에 다녀오지를 못해서 읽기 시험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이 없다는 말에 생리적인 현상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나처럼 급했던 다른 학생이 용기내서 감독관에게 질문해준 덕분에 나도 같이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화장실만 다녀올 수 있었고 시험은 바로 이어져서 시작되어서 집중력이나 에너지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힘들었다. 그 외에 다른 시험장에서는 읽기 시험과 듣기 시험 사이에 5-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주긴 했지만, 테스트다프는 시험좌석이 여유롭지 않아 내가 다음 시험에 어디서 시험을 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변수는 미리 알고 있으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러니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게 꼭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가길 바라고, 화장실도 시험 시작 전에 미리 다녀오시길.
(3) 감독관은 당연히 독일어로 말한다
원칙의 나라(?)여서 그런지 시험 전 시험 규정 안내서 같은 것을 서면으로도 나눠주고 그걸 감독관이 직접 읽어주기도 한다. 또는 그 외의 서면에 없는 내용들도 설명을 하는데 이 때 대부분의 감독관들이 그냥 평소 말하기 속도로 말을 한다. 즉, 아직 본인이 C1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면 알아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천천히 또박 또박 말해주는 감독관은 딱 1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규정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에, 규정 사항들을 미리 숙지하면 못알아들어도 큰 문제는 없다.
(4) 시험 유형별 팁
- 읽기 문제 1번 유형에서 문제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나 포함) 1번 문제는 주제에 맞게 알맞는 문장끼리 짝지어서 답하는 유형이라 1번에 E, 2번에 C 이런식으로 알파벳 답을 써야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문제가 10개 나온다고 하면 보기가 7개 밖에 없다. 그리고 설명에는 ‘각 보기 지문은 하나의 문제에만 답이 될 수 있음’이라고 되있고 해당하는 보기 문항이, 즉 답이 없을 경우 알파벳 ‘I’ 표시를 하라고 설명되있다. 문제는 이게 문법이 좀 어렵게 써있어서 이제 막 B2에 입문한 사람은 (나...ㅠㅠ) ‘답이 없는 문제는 하나뿐임’이라고 해석이 되버린다. 그리고 실제 문제에서는 3개가 빈다. ‘문제는 10개, 고를 수 있는 보기는 7개, 중복답 불가, 그런데 답이 없는 문제는 하나뿐이라고?’ 하면서 멘붕이 오기 시작하고 숫자를 계속 셌다. 실제로 내 옆자리 학생은 1번 문제가 틀린 것 같다고 감독관을 불러서 물어봤었고, 똑같이 이해 못했던 나도 같이 거들었다. 결론은 우리가 해석을 잘못한 것이었다. 그냥 7개는 답을 찾아서 넣고 3개는 답이 없다고 ‚I‘표시를 하면 된다. 또 답이 없다고 아무 것도 안적으면 그것도 안된다. 꼭 I를 적어야 한다. 아무튼 문제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가장 쉬운 영역에서 엄한데 시간 뺏겨서 뒤에가서 시간 모자랐던 아찔한 기억.
- 2, 3번 유형의 읽기 문제의 정답은 지문 순서대로 나옴. 이걸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에는 문제푸는 부담의 무게 자체가 아예 달라지게 됐었다.
한 TestDaF의 교재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문제의 답은 순서대로 나옴’.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지문 내에서 21번 문제의 답이 22번 문제의 답보다 뒤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알기 전까지 나는 문제를 한번에 다 읽고 다시 지문을 한번에 다 읽으면서 문제 답 같은 부분 보이면 랜덤으로 체크하고, 답을 모르겠는 문제는 답이 어디있나 여기저기 헤맸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문제 하나 읽고 지문 한 단락 읽고 풀고, 또 다음 문제 하나 읽고 그 다음 단락 읽고 풀고’ 이렇게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진짜 처음에 몰랐던게 제일 후회되었던 꿀팁.
- 모르는 문제 너무 붙잡고 있지 말고 더 봐도 안되겠다 싶으면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거 하나 찍고 쿨하게 패스할 것. 나중에 시간 남으면 다시 돌아오는 게 좋다. 은근히 한 문제에 집착하다가 시간 분배가 잘못되서 오히려 뒷부분에 더 어려운 문제에서 허둥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 모든 영역이 각 문제별로 난이도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읽기 시험 1번 문제는 TDN3 등급 짜리 문제, 2번은 TDN4, 3번은 TDN5 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니 본인의 목표에 따라 어떤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 시험 시간이 끝났는데 답을 덜 옮겨썼거나 아니면 덜 마무리지었는데 더 써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시 땡하고 끝나고 아주 약간은 더 쓰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독일이라도 정말 칼같이 땡하고 더 쓴다고 바로 ‘나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약간이라는 시간이 주관적일 수 있는데 내 기준에서는 감독관이 ‘자, 시간 다됐습니다. 이제 그만 쓰고 시험지 모아서 제출해 주세요.’라고 안내멘트 하는 동안 까지는 써도 괜찮다.
그러니까 길어야 몇 초 정도이다. 특히 이건 감독관 성향에 따라 케바케인데, 이것도 어느 정도 해야지 선을 넘으면 안된다. 이 부분은 실제로 목격한 2가지 사례를 공유하려고 한다.
*시험 규정 어긴 첫번째 사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규정에 관대한 감독관과 끝까지 한자라도 더 쓰려고 발악하는 학생이 만난 걸 본 적이 있다. 이 학생은 첫 시간때부터 시간을 과하게 더 썼는데 (예를 들어 이미 학생들이 시험지 걷어오는 분위기인데도 계속 쓰고 있었다) 누가봐도 과했고 불공평한 상황이었다. 왜냐면, 시험 시간 전체 60분 중에 답안지 옮겨쓰는 시간으로 10분이나 주어지는데 그 시간을 그 학생만 문제푸는데 다 쓰고 혼자 답쓸 시간을 더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이 쿨한 감독관이 그냥 넘어가주는 것이다. 솔직히 보면서 너무 불공평한거 아닌가 억울한 생각이 들고 화도 났는데 말도 잘 못하겠거니와 어차피 상대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참았었다. 근데 이렇게 봐주니까 이 학생이 그 다음 시간에 또 똑같이 시험이 끝났는데도 계속 답을 적었다. 그러자 이 때는 그 쿨했던 감독관도 화난 얼굴로 바로 중지시키고 시험지를 회수해버렸다. (이것까지 봐줬으면 진짜 화났을 것 같다...)
*시험 규정 어긴 두번째 사례*
다른 시험일, 다른 시험 장소, 다른 감독관. 이 감독관의 첫인상은 굉장히 친절했는데 왜냐면 시험 안내를 그냥 평소 말하듯 현지인 속도로 두두두두 독일어로 설명하는 보통의 감독관과는 달리 마치 유치원 선생님처럼 천천히 또박또박 시험 설명을 다 해주고 밝은 분위기의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쓰기 시간에 맨 앞자리에 앉은 한 학생이 시험이 끝났다고 했는데도 계속 답을 적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감독관이 주의를 주자 잠깐 멈칫하는 듯 하더니 멈추지 않고 계속 썼다. 이 때 감독관이 좀 화가 난 것이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부터 점 하나라도 더 쓰면 너는 퇴실해서 집에 가야한다.”고 카리스마 넘치게 경고를 했다. 근데 이 학생도 대단한게 그 말을 듣고도 또 썼다. 감독관이 아주 쉽게 집에 가야 한다는 표현을 ‘Hause‘라는 단어를 써가며 전달했기 때문에 말을 못알아 들어서 계속 썼다고는 볼 수 없었다. 결국 감독관도 빡쳐서 너는 아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시험지도 그 학생 시험지만 빼고 거뒀고 그 학생은 계속 억울하다는 듯 뭐라고 중얼거리며 항변을 했다. 당연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그 시험장은 다른 시험장과 달리 시험을 보는 교실과 쉬는 시간을 보내는 교실이 따로 구분되어 있어서 모두 쉬는 시간용 교실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이동하고 그 학생이랑 감독관만 시험장에 남아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가 끝나고 학생이 쉬는 교실로 들어왔는데 분위기 완전 암울했다. 그 쉬는 시간에는 가지고 온 간식을 먹는 시간이었는데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우울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다 바로 뒤에 앉은 학생한테(모르는 사이로 보였다) 무언가를 물어봤는데 이것도 약간 규정 위반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는게 금지된 것은 아닌데 규정상 시험 관련된 얘기를 다른 수험생들이랑 하면 안되는데 시험 얘기를 물어본 듯 했다. 뒷자리 학생이 난감한 듯 한 얼굴을 하더니 현명하게 ‘그건 답하기 곤란하다. 그래도 뭐 나중에 이렇게 해봐라.’ 하고 얘기는 들어주고 대안 제시해준 것 같았다. 그 학생은 그대로 집에 가는 건가 했는데 끝까지 시험은 봤다. 규정을 어겨서 시험 전체가 불합격처리됐지만 경험상 시험만 보게 해달라고 해서 본건지, 아니면 감독관이 봐준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때 분위기는 매우 살벌했다. 본인이 감독관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독일어’ 말발과 배짱이 없다면 웬만하면 규정을 다 지키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분명 멘탈이 흔들릴 텐데 만약에 감독관이 봐줘서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 시험 볼 때 영향이 엄청 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당당하게 공평하게 보자. 몇 자 더 쓰겠다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짓을 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 말하기 시험 볼 때 TestDaF는 대답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 이 때 시간이 끝날 때 쯤 ‘삐-‘소리가 나는데 정말 많은 수험생들이 이 소리가 끝나는 소리인줄 알고 이 소리가 나면 대답을 바로 멈춘다. 그런데 이 소리는 ‘대답 시간 종료 5초 전에 나는 소리’이므로 이 소리가 날 때 바로 멈추지 않고 계속 말해도 된다. 문장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도 사실 큰 상관은 없다고 한다. 특히 이건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하는 것 같은데 왜냐면 알고나서도 습관처럼 삐소리가 나면 입을 다무는 내 모습을 마지막 시험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 반대로 말하기 시험에서 주어진 시간을 꼭 다 채울 필요는 없다. 만약 본인이 문제가 원하는 답을 다 이야기했다면 제한 시간이 남았어도 말을 멈춰도 전혀 상관없다. 그러니 억지로 시간을 채우려고 이 말 저 말 지어내려고 쥐어짜다보면 더 이상해질 수 있다. 물론 고득점을 노린다면 최대한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TestDaF 초보라면 할 말 없으면 그냥 끊었다고 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 말하기 시험 볼 때나 듣기 시험을 볼 때 보통 앞부분에 음성으로 시험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사실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다보니 수험생들은 그걸 안듣고 바로 첫번째 문제 부분으로 넘겨서 미리 보고 있는 습관들이 있을 거다. 그리고 그게 시간을 절약하기에 좋다. 다른 수험생들도 보통 그렇게 하는데 특정 시험장의 경우 그걸 못하게 하는 곳이 있었다. 4군데 중 1군데에서 그렇게 해서 좀 많이 당황했었다. 음성 안내에서 1번 문제 시작이라고 할 때만 보게 하고, 1번 문제를 다 풀어도 2번 문제 페이지로 못넘어가게 막았다. 너무 강경하게 막아서 내가 그동안 잘못 알았나 싶을 정도. 4군데 중 1곳이 그랬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보긴 봤다만 많이 아쉬웠다.
- 쓰기 시험 볼 때 관사나 문법적 정확성에 집착하지 말자. 이것은 항상 감독관들이 강조하고 시험 안내에도 나오는데 ‘양보다 질’이라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쓰기는 문법 문제가 아니다. 독일어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즉, 독일어로 문장을 구조에 맞게 쓸 수 있는가,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가를 보는 것. 그래서 이건 아무리 독일어로 작문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평소에 논리적인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곤란을 겪을 수 있는 영역이다. (내 경우는 둘다 부족해서 더 힘들었지만...) 막말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한국어로 어떤 주제를 주면서 한시간 안에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적으라고 하면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한국어가 모국어라도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 하물며 외국인은 오죽하랴. 이런 부분을 감독관도 감안하고 보기 때문에 너무 문법적인 부분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하자. 물론 문법이 너무 틀리면 아예 읽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게 되므로 그 정도로 틀려버리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사소한 실수는 괜찮다는 말이다. 페이지의 양도 테스트다프의 경우 그렇게까지 엄격한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다. 긴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게 적은 글과 상대적으로 짧지만 논리정연한 글이 있다면 후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크다.
(5)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했던 멘탈 관리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사실 이런 저런 시험 스킬이나 지식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멘탈 관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유난히 내 멘탈이 쿠크다스인 부분도 있겠으나, 시험 준비하면서의 멘탈 관리 만큼이나 시험장에서의 멘탈 관리도 아주 중요했다. 특히 듣기 영역. 그동안 듣기 시험은 무슨 말인지 안들려도 찍을 수 있는 보기라도 있는 객관식만 봐왔는데 주관식으로 답을 적어야 하는 듣기 시험을 보면서 긴장의 급이 다르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주제도 쉽지가 않아서 정말 안들려서 맥을 놓쳐버리면 그냥 남은 시험을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정말 머리 끝까지 차오르곤 했다. 실제로 얼마 전 본 시험에서는 듣기 시험이 아주 어려웠었는데 어떤 학생이 듣기 시험 보고 쉬는 시간에 울기도 했었다. 나는 몇 번의 셀프 멘탈 훈련 덕분에(?) 부서지는 쿠크다스 조각들을 움켜잡고 간신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학생의 마음이 백번 천번 이해가 되었다.
지금 내 독일어 실력을 보면 썩 그렇게 잘하진 않는다 해도 완전 꼬꼬마 시절이었던 A1이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한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받던 스트레스와 알아도 잘 안되는 스트레스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A1, A2 때는 지금보다 더 독일어를 못했었고 똑같이 어렵게 느껴졌어도, 그건 정말 무지에서 온 스트레스, 즉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습득이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였던 반면, B2를 넘어 C1으로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걸어가야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계속 열심히 도전하는데도 결과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 그 스트레스를 받다가 시험장에 와서 난이도가 갑자기 훅 올라가는 시험 문제를 만나면 터져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터지면 당연히 남은 시험에 대한 집중력과 마음가짐 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하나라도 더 맞추겠어, 라는 마음으로 끈질기게 보는 시험과 어차피 망쳤으니 에라이 모르겟다, 하고 대충 풀어버리는 시험은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듣기도 문제 순서대로 답을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듣게 되는데, 중간에 여러 문제를 줄줄이 놓쳤다고 해도 최대한 남은 부분을 집중해 들으면서 이 지문이 주는 전반적인 메세지만이라도 파악하려고 노력해서 뭐라도 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한 듯.
결국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고 내 실력대로 나온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마인드가 필요하다.
진짜 제일 중요...!
여기까지가 TestDaF 시험에 대한 소소한 스킬들과 시험을 보는 중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단순히 개인의 독일어 실력을 알고 싶어서라면 모르겠지만, 학업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스트레스가 결코 적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신은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절대로 우리 인생의 행복까지 좌지우지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모두들 화이팅 :)
독일어시험 TestDaF, 홈페이지에서 알려주지 않는 팁들 공유 (시험 전) - shorturl.at/ikQ07
'평생외국어 > 평생독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어 A1-B1 공부 후기 (0) | 2020.08.15 |
---|---|
독일어시험 TestDaF, 홈페이지에서 알려주지 않는 팁들 공유 (시험 전) (2) | 2020.07.06 |
독일 기차표 가격 인하/평화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0) | 2020.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