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함부르크 사는 친구에게 서프라이즈 선물하기
오늘은 제가 최근에 베를린에 사는 친구에게 원격으로 보낸 - 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일 선물 서프라이즈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일은 한국보다 생일 선물 후보가 매우 적은 느낌이에요. 종류가 많은 한국에서도 참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독일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참 어려워요. (적당한 가격에 이쁘고 아기자기하고 이런 걸 찾기가 힘들어요. 제 개취이겠지만!)
일단 만약 좋아하는 친구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다면 주소를 알아뒀다가 몰래 꽃다발과 샴페인만 보내도 놀라움과 함께 기쁨은 두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몇년 전 그렇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베프에게 받았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 베프에게 똑같이 서프라이즈로 갚아주고 싶었는데 너무 똑같은 선물을 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여러가지 알아보다가 문득 그 친구가 좋아하는 도넛 브랜드가 생각났어요. 바로 ‘Brammibal’s Donuts’라는 곳인데요. 비건 도넛인데 비건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로 일반 도넛 뺨치게 맛있는 도넛 가게에요. 저도 이 친구가 처음에 소개 시켜줘서 알게 됐었는데, 둘이 가서 5개 해치우고 왔어요. 진짜 꿀맛… 브랜드 디자인도 넘 이쁘고 걍 넘 좋아요. 도넛류치고는 가격대는 조금 있는데 돈값은 분명히 합니다. 전 이 도넛 먹고 나서 다른 도넛 못 먹어요…ㅠㅠ;
그래서 이 정도 브랜드면 바우처나 뭐가 있지 않을까 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글쎄 도넛을 레터링으로 주문할 수 있더라구요? 바우처도 있긴 했는데 이번 제 목표는 ‘약간의 서프라이즈’가 목표였기 때문에 바우처는 좀 심심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레터링 도넛이라니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근데 누가 바우처 주면 그것도 전 너무 좋을 듯. (쓰다 보니 또 먹고 싶네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글자는 최소 8자 이상, 최대 24자 까지 됩니다. 저는 친구 이름 + DAY를 붙여서 주문을 했어요. 예를 들어 친구 이름이 지수면 ‘JISOO DAY’ 이런 식으로 말이죠. 도넛의 종류는 주문하는 시기에 판매중인 도넛 종류를 적절히 섞어서 해줍니다. Brammibal's donuts는 대표 메뉴 몇개를 빼고는 메뉴를 꾸준히 업뎃하는 걸로도 유명해서 그때그때 종류가 다 달라요!
글자가 최소 8자니까 최소 금액이 31.20유로(한화 약 4만원)이고, 한 글자 추가될 때마다 하나 당 3.90유로가 추가됩니다. 알파벳 하나가 도넛 하나값이라고 보시면 되요!
결제도 애플 페이, 신용 카드, 페이팔, 계좌 이체 다 종류별로 있고 편리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레터링 도넛이 배송은 안된다는 거. ㅠㅠ 물론 제가 가까이 살았다면 픽업해서 ‘쨔쟌’했겠지만, 멀리 있어서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실패를 각오하고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어요. 친구가 직접 픽업하되, 자기 선물인지 모르고 픽업하게 하기 입니다. 픽업 날짜와 시간은 홈페이지에서 정할 수 있어요! 다만, 아무래도 커스터마이징이다보니 당일 주문은 안되고 안전하게 2일전 쯤에는 주문을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할까?
일단 친구 생일인 걸 모르는 척 해도 좋고, 만약 이미 말했거나 알고 있다면 선물은 주기 어렵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리고 나서 역으로 부탁을 했어요. “미안한데 나 그 날 뭐 부탁 좀 해도 될까? 내가 전부터 사려고 기다리던 물건이 있는데 배달이 안되고 픽업만 된다네.”
이런 식으로 제 일인 척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수락을 하면, 일단 픽업 시간만 알려주고 주소는 그 날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일 픽업 한 두시간 전에 주소를 알려줘요. 그럼 주소를 보통 구글맵에 치면 그 때 이름이 뜨긴 합니다. 도넛? 하겠지만 보통 여기 레터링 된다는 걸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 선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픽업하기 10분 전 쯤 메시지로 “물건 상태 확인 차 안에 확인 좀 해줄래?” 하면 상자를 열거고 친구가 상자를 열면 자기 이름이 들어간 도넛이 “안뇽!!”하고 인사하는 거죠 ㅎㅎ
연기를 잘하는 분이라면 전화해서 실시간으로 상황 보면서 조율(?)해도 재밌을 거에요. 친구 반응도 목소리로 실시간으로 듣구요 ㅎㅎ
저는 친구가 남친이랑 같이 간다고 해서 전화는 안했어요.
사실 저는 친구가 눈치챌 것 같고 실패할 거라 생각했는데 제 친구가 요즘 바빠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태였던지라 서프라이즈 성공했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옆에서 남친이 상자 여는 친구 모습 찍어줘서 사진도 받아서 뿌듯뿌듯하네요. :)
다만, 이 작전(?)의 한 가지 조건은 친구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Brammibal’s donuts 지점이 있어야 좋겠죠…?ㅎㅎ
베를린에는 지점이 많이 있고, 함부르크는 지금 알토나에 하나 있고 23년 3월에 Jungfernstieg에 오픈한다고 해요!
또 친구가 도넛을 좋아해야 합니다... ㅋㅋ
저도 생일 선물로 도넛을 4만원어치 사준 건 처음이지만 ㅋㅋㅋ 나름 재밌고 서프라이즈가 들킬까 흥미진진했던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도넛 안먹어보신 분들은 꼭 드셔보세요! 추천추천!
그리고 레터링 도넛 주문할 때 레터링 말고도 일반 도넛도 엑스트라로 추가할 수 있어요. 이 경우도 추가 가격은 비슷합니다!
특별히 친구가 선호하는 맛이 있다면 그걸 넣어줘도 좋겠어요.
왜냐면 레터링 도넛의 도넛 종류는 제가 고를 수 없거든요.
그리고 만약에 친구가 그 날 픽업을 못하면, 시간이 지나도 안오는 경우 그 도넛은 기부처리 된다해요~ 픽업 못해도 좋은 일 했으니 기분 좋은 소비가 되겠네요.
여러분도 좋은 생일 선물 아이디어가 있으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아니면 이 작전을 실행해 보시고(?) 후기를 남겨주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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